All the Way to America

아이들 덕분에 내 삶 가운데 어느때보다 많은 책을 읽는다. All the Way to America 는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아버지와 통화중에 우연히 이 책의 내용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께서는 우리 가족버전의 All the Way to America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의 할아버지(조창식)께서는 전라남도 주암면 대광리에 있는 뒤지동이란 작은 동네에서 자라셨다고 한다. 지금은 주암호 댐 공사로 인해 현재 침수되고 존재하지 않는 이 동네를 떠나시던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에게는 더 밝은 미래를 위해 큰 꿈을 품고 그리 멀지 않은 도시인 전라남도 순천으로 향하셨다고 한다. 작지만 이 지역에서 큰 도시중 하나였던 순천에서 제조(원목을 자르는 기술)기능을 배우셨고, 순천에 있는 제재소에서 일자리를 얻어, 주암면 요곡리 출신이신 친할머니(정삼엽)와 함께 이 도시 한켠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셨다고 한다.

순천에서 태어나시고 자라신 내 아버지(조철수)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 제재소에 방문했던 기억을 말씀해 주셨다. 커다란 원목을 자르는 거대한 원형의 톱날과 그것으로 잘려져 나온 나무판에 드러나는 나이테와 나무냄새를 기억하셨다. 그 옛날 작은 도시의 제재소이지만 거대한 기계가 주어진 규칙에 맞게 할아버지의 손놀림에 의해 돌아가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반듯한 목재판들이 아버지에게는 신기한 모습이셨다고 한다.

청년이 된 아버지는 큰 꿈을 품고 순천을 떠나 홀로 서울로 상경하였고, 열심히 공부하셔서 공무원이 되셨다. 공무원 생활 중에 만나게 된 나의 어머니(김점자)와 함께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시고 우리가족의 서울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아버지께서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상상하시고 직접 만드시는 것을 즐기시는 분이셨다. 아버지께서 만드신 많은 것들 중에서 내 기억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미식축구 보드게임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는 항상 즐겨 보셨던 미식축구를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보드게임으로 만드셨다. 여동생과 함께 셋이서 어린 시절 많은 추억을 그 보드게임에 담은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머니께서는 전라남도 고흥군 과역면에서 유명한 우등생이셨단다. 여자는 공부할 필요 없다는 외할아버지의 철학을 이기시고 열심히 공부하셔서 홀로 서울로 상경하시고 젊은 시절 일찍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셨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한국의 보건 복지를 위해 부지런하게 사신 어머니는 오늘도 뒷산의 맑은 공기와 정상에서 펼쳐지는 서울의 새벽풍경을 깨우며 하루를 연다. 유학시절 여름방학동안 한국에 머물러 있을 때, 어머니와 함께 걸어서 어머니 고향까지 가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그렇게 시작한 도보여행 아홉번째 날 포기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하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어머니와 함께 밤낮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어머니를 내가 참 많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평생을 서초동, 방배동, 사당동 근처에서 자란 나(조대경)는 대학을 마치고 건축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대학원 공부를 하러 이곳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에서의 첫 삶을 시작한, 이제는 미국에 있는 고향이 된 보스턴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서 뉴욕으로 내려와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뉴욕에서 다양한 실무경험과 사회경험을 쌓으며 바쁜 삶을 보내는 가운데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되었고, 브루클린 한켠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하루하루를 가득 채우는 두 아이들 덕분에 뉴욕에서의 오늘 하루가 더욱 의미있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All the Way to America를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진한 감동을 느꼈던 건, 아마도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느낀게 아닌가 싶다. Dan Yacarino의 증조할아버지인 Michael Yacarino 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Sorrento에서 떠나면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는 내 할아버지가 뒤지동을 떠났을 때, 내 아버지가 순천을 떠났을 때, 내가 서울을 떠났을 때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할아버지로부터 전해져서 아버지를 거쳐 내 손에 쥐어진 우리가족버전의 Little Shovel을 내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의 오늘 하루를 마친다.

“Work hard” His father told him, handing him the little shovel

“But remember to enjoy life”

“And never forget your family” His mother said. She hugged him and gave him their few family photographs and her recipe for tomato sauce.

from All the Way to America by Dan Yacar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