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교 때 친한 친구가 수업시간에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고 있는 장면이 기억난다. 그 친구와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 친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그 친구가 왜 그 소설을 그렇게 재밌게 읽고 있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 기억을 머릿속에 새긴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요즘 나는 책 읽는 게 즐겁다.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움이다. 무엇보다도 내 아들이 추천해 주는 책을 읽으면서 책 읽는 재미를 더욱 실감한다. 녀석이 추천해주는 책이 딱 내 수준에 맞는 책이다. 어쩌면 녀석과 함께 책을 읽기 위해 그동안 책을 읽지 않고 살아왔는지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며 웃는다. 내가 사랑하는 녀석이 즐겁게 읽는 책을 나도 함께 읽으며 즐거워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지난번 추천해 준 Gordon Kormon의 소설을 읽은 후, 이번에는 녀석이 좋아하는 스누피를 읽기 시작했다. 스누피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고 스누피가 나오는 만화영화도 아이들과 종종 보았지만, 스누피 만화를 이렇게 붙잡고 읽어본 적이 있나 싶다.
Schulz 란 작가 이름과 하루도 빠짐없는 날짜(아마도 그가 작업한 날짜들이 아닌가 싶다)가 적혀진 만화 컷들이 담긴 페이지를 넘기며 생각한다.
“그가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며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나하나 꼼꼼하게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에 따라 잘 지은 즐거운 건축 공간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동을 느낀다. 아들 덕분에 난 Schulz란 작가로부터 큰 영감을 받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녀석이 또 어떤 책을 추천해 줄까 기대가 된다. 녀석이 내 삶의 방향을 찾아주는 나침반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