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처음 미국에 와서 생긴 몇 가지 습관 중 하나다. 한국에서 내가 달리기를 즐겼던 기억은 없다. 한국에서 나의 달리기는 대부분 군대에서 아침에 구보를 할 때였거나,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위에서 몸을 풀기위해 달렸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생활을 시작하면서 타지에서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어서였는지, 아니면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동네에 왔으니 이곳저곳 달리며 구경하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아침마다 항상 조깅을 하시는 어머니를 본받고 싶어서였는지, 처음의 시작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도시를 가던지 항상 내가 달리는 코스가 있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살게 된 Cambridge에서는 Charles 강을 따라 달리곤 했다. 아침 일찍 달리기를 하다가 홀로 노를 저으며 고요한 강 표면을 가르는 Rowing Boat를 보면, 꼭 다리 위에 서서 그 배가 멀리까지 가는 걸 감상하곤 했다. 주말에는 Carpenter Center까지 달려가 건물을 가로지르는 경사로의 가장 높은 부분에서 팔굽혀 펴기를 하고 돌아오곤 했다. 올 여름에 가족과 함께 시카고를 다녀왔는데, 12년 전 여름인턴을 하던 그 도시에는 나의 흔적이 아침마다 달려가 Michigan Lake 깊숙히 들어간 방파제 끝에서 팔굽혀 펴기를 하던 North Avenue Beach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1년 남짓 살았던 스위스 바젤에서는 주말마다 독일과 스위스를 경계로 흐르는 Weise 강을 따라 달렸다. 독일 쪽의 Weil am Rhein에 있는 Landesgartenschau 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보통 70-80분 정도 걸렸던 기억이 난다.
뉴욕에 처음 와서도 달리는 습관은 나의 아침을 항상 상쾌하게 열어주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달리기가 내 삶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에 쫓겨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핑곗거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늘면서 더욱 많은 핑곗거리들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운동은 나의 생활계획표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난 한달 남짓, 아침에 일어나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10분 거리를 왕복하는 이번 코스는 그동안 달려왔던 코스 중에서 가장 최단거리이다. 달리는 중에 새벽부터 빵을 굽는 곳을 지나는데 그 곳 덕분에 나의 아침은 구수하게 시작된다. 오랜만에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그동안 항상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 생각났다. 지난 10년 남짓 문을 닫았던 conster.net이 오늘 다시 문을 연다. 이 짧은 달리기를 통해서 난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을 다시 시작하게 될까? 그리고 다가올 10년 동안 또 어떤 새로운 것들을 시작하게 될까? 그 해답들로 이 공간이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된다.